며칠 전 상담 자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담당자님이 단가부터 물어보셨는데, 사실 바로 대답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같은 간장게장이라도 규격, 염도, 패키지, 납품 주기, 배송 방식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숫자 하나를 정하는 일이 아니라, 조건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먼저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누수 없는 포장 기준을 다뤘는데요(https://blog.바른장인.net/post/2508291443 참고), 이번에는 상담을 진행하기 전 꼭 정해두면 좋은 다섯 가지 항목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1. 규격: ‘몇 g 단위로 쓸지’부터 결정
작년 여름, 한 급식 업체와 상담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상대방은 소포장(200g)을 원한다고 하셨는데, 정작 현장에서 쓰는 건 1kg 벌크였습니다. 규격이 달라지니 단가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죠. 가정식·선물용은 소용량, 업소·급식은 대용량이라는 기준을 먼저 세워야 상담이 매끄럽습니다.
2. 리드타임: 숙성 기간을 고려한 일정
간장게장은 숙성 시간이 필수입니다. 당일 생산·당일 납품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최소기간 숙성을 거쳐야 맛이 안정됩니다. 명절이나 행사처럼 주문이 몰릴 때는 발주 기준일과 도착일을 역산해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발주일 기준 21일 이내 납품”처럼 리드타임을 명확히 해두면 상담이 수월해집니다.
3. 패키지: 용기와 라벨의 차이가 만드는 비용
행사 운영 때는 패키지 하나가 판매율에 큰 차이를 냈습니다. 단순 벌크 포장에서 투명 용기로 바꾸고, “이중 밀봉” 문구를 라벨에 넣자 소비자 반응이 훨씬 달라졌습니다. 패키지 선택은 단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상담 전에 용기 재질, 라벨 방식(스티커 vs 인쇄)을 미리 정리해두면 좋습니다.
4. 염도: 맛과 보관의 균형
저염 제품을 찾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염도를 낮추면 유통기한이 짧아지고, 물류 비용도 더 들어갑니다. 결국 다 돈입니다. “염도는 어느 수준까지 허용 가능한지”를 정리하면 불필요한 시제품 제작을 줄일 수 있습니다.
5. 물류: 냉장·냉동, 그리고 최소 주문 수량
한 번은 배송 방식을 냉동으로 요청받아 그대로 진행했는데, 해동 과정에서 국물 맛이 변해 클레임이 생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냉장 유지가 더 적합했지만, 물류비는 냉동이 더 저렴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또, 소량 다회 납품을 원할지, 대량 일회 납품을 원할지에 따라 단가가 달라집니다. 상담 전에 물류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불필요한 오해가 없습니다.
상담 전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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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할 규격은? (200g 소포장 / 1kg 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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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염도 기준은? (저염 /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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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타임은? (발주 후 7일 / 10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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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라벨은 어떤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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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방식은 냉장/냉동 중 무엇이 적합한가?
단가 상담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섯 가지 조건을 미리 정리해두면 첫 미팅부터 훨씬 효율적이고, 협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상담 자리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담당자분이 “가격표만 먼저 보내주세요”라고 하셨는데, 막상 조건을 맞추지 않은 채 가격만 이야기하면 서로가 같은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규격과 염도, 리드타임을 미리 조율해 두니, 견적서 한 장을 건네는 데도 훨씬 신뢰가 쌓였습니다. 결국 상담은 숫자보다도 조건을 어떻게 정리하고 공유하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OEM/위탁생산 상담 전에 준비하면 좋은 서류와 최소 수량(MOQ) 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바른장인 대표 박지성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