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 HACCP 점검 준비, 실제로 확인하는 항목들은?

2025. 8. 25.
바른장인
3분 읽기
간장게장 HACCP 점검 준비, 실제로 확인하는 항목들은?

식품 공장에서 ‘청소하는 날’은 어떤 의미일까

냉장고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플라스틱 컨테이너들을 하나씩 꺼내 닦은 날이 있었습니다. 그냥 바닥만 쓱 닦고 넣을 수는 없었습니다. 뚜껑, 바닥, 손잡이까지 그냥 지나치는 구석 없이 꼼꼼하게 살폈습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HACCP 정기점검이 다가오면 현장 분위기부터 달라집니다.

냉동 창고 안쪽 바닥 타일 틈새, 파렛트 아래 굳어 있는 소스 자국, 세척장 벽면에 남은 수분 자국까지. 그동안 매일 조금씩 치워오던 것들이었는데, 막상 점검을 앞두고 보니 평소와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누구도 대충 넘기지 않습니다. 품질 담당팀도, 생산직 동료들도, 대표님까지 현장을 스케치하듯 함께 경로를 따라다닙니다. HACCP 점검이라는 게 단순히 ‘서류 정리’만 잘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해마다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기록’과 ‘현장’ 사이의 거리 좁히기

게장류를 다루는 공장은 특히 관리 항목이 까다롭습니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새우장, 전복장 – 제품이 다양하다 보니, 원재료 입고부터 최종 출고까지의 생산 흐름이 단일하지 않고 각기 다릅니다. 그래서 작성되어야 할 공정 기록도 제품별로 상이합니다.

다시 말해, ‘비슷하게 돌았겠지’라고 적은 기록은 통하지 않습니다. 검사 오는 담당자도 현장 경험자가 많아 공정 기록과 생산 흐름을 순서대로 짚어보면, 어색한 부분이 분명히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점검 준비가 곧 ‘기록과 현장의 싱크 맞추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정 흐름에 맞춰 실제 작업자가 기록을 어떻게 남기고 있는지를 점검 이전에 맞춰보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누락되지 않도록, 억지로 끼워 맞춰지지 않도록. 이 작업만 해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침 튀기며 싸우는 일이 생긴 이유

며칠 전에는 세척 담당 기사님과 한바탕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살균수 농도를 몇 ppm으로 유지하고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던 건데, 사실 원인은 단순했습니다. 설비 노즐 교체 시점이 하루 차이로 기록상 날짜와 실제 작업이 안 맞았던 겁니다.

눈앞에서 상대가 침을 튀기며 설명하는 게 불편한 일이긴 했지만, 한편으론 고마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현장과 기록 사이 간극을 좁혀야 했기 때문에. 결국 담당자들끼리 다시 시험 기록을 뒤져보고, 내부 절차서를 한번 업데이트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쌓이면 다음 점검 시 피드백도 훨씬 간결해집니다. 냉장고 안콘센트 커버가 파손돼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문제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반복 질문을 받는 건 이런 기록 간의 의심 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서류는 사람의 흔적이 남는 종이

점검 마지막 날, 검사원이 던진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세척 작업지시서는 왜 6일자만 없죠?” 문득 헛기침이 나올 뻔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6일은 설비 보수를 하느라 전체 세척 작업이 실제로 없던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청소도 평소와 다르게 했죠. 하지만 그런 내용이 기록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서류는 사람의 습관이 드러나는 종이이고, 빈칸도 의미가 됩니다. 그걸 매년 느끼게 되면서, 이제는 생략 대신 써놓는 쪽을 택합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그렇게 해두면 돌아올 질문을 이미 선제 대응한 셈이 되기에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HACCP 준비는 결국, 일상의 점검입니다

게장 제조업은 날마다 비슷한 공정을 반복하지만, 점검을 앞두면 사소한 것들까지 다시 보이게 됩니다. 오래 머무르는 수조 앞에 놓인 고무장갑의 위치, 밀봉기 온도계의 눈금, 입고 박스 높이 같은 것들까지요.

그래서 저희는 HACCP 준비를 한 해의 점검이라기보다는, 일상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큰 변화보다 작은 반복, 그 안에서의 개선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점검 때문에 바빠지는 요즘,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네요.

 

바른장인 대표 박지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