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하나로마트 팝업 부스는 늘 그렇듯 손이 분주합니다. 시식을 준비하고, 상품을 정리하고, 낯설어하는 고객과 눈을 맞추며 하나하나 제품을 설명하는 그 일은, 반복되지만 늘 새롭습니다.
그런데...손님 한 분이 마트 길목을 따라 저희 부스로 다이렉트(?)로 걸어오셨습니다.
(순간 긴장..)
"혹시 지난번 팔도밥상페어에 나오셨던 업체 바른장인 맞죠? 그때 간장게장 주문했던 사람이에요"
7월 초,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수많은 분들과 마주했던 터라 얼굴은 어렴풋하지만, 주문할 때 유쾌하게 웃으시며 방문하신 그날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맛으로 기억하고 다시 찾아주신 고객님
“집에서 반찬으로 먹어봤는데, 어머니가 이거 진짜 옛날 생각난다고 맛있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어요.”
고객님은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시곤, 다시 간장게장이 담긴 진열대를 찬찬히 둘러보셨습니다. 전시장에서 제품을 맛본 뒤, 몇마디 하셨습니다.
"근데 이거, 혹시 조금 덜 짜게 나온 건가요? 지난번보다 간이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던데."
그 질문에 다시 놀랐습니다. 실제로 최근 날씨가 워낙 더워 숙성 온도를 기존보다 1℃ 낮춰 조정했고, 간장의 침투 시간을 약간 짧게 가져가는 내부 디테일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냥 같은 맛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계절에 맞춰 유화적인 조절을 가하는 과정이었죠.
사실 정말 미세한 조율이었는데, 그걸 고객이 먼저 눈치채고 반응했다는 것—그게 얼마나 반가운 경험이던지.
제품을 되묻는 손, 브랜드를 다시 고르는 마음
"이번에는 어머니가 친구들한테 나눠주고 싶다고 해서요. 4개만 더 구입할게요. 포장도 깔끔하고, 국물도 안 새서 좋더라고요."
‘이건 저번에 먹어본 거예요’라는 기억, 그리고 ‘그때 참 괜찮았지’ 하는 막연한 신뢰가 다시 걸음을 움직이게 했다는 점. 그 힘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일회성 팝업, 부담스러운 행사처럼 느껴질 때도 많지만, 사실은 그 속에서 이렇게 단단하게 ‘고객 한 명’과 연결될 때가 있습니다.
그 분은 결국 새우장도 하나 더 챙겨가시면서 “이것도 맛이 괜찮았던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괜찮았다’는 감정 안엔 아마 맛뿐 아니라 서비스, 구성, 포장, 심지어 그때 대답해준 제 말투까지도 들어 있었겠지요.
소비자 경험이 만드는 신뢰
그날 저녁, 직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는 제품을 생산하고, 포장하고, 배송하는 데 익숙하지만—고객은 그간의 전체 경험을 맛으로만 기억한다는 것. 그래서 단 한 사람의 복귀도, 단순 구매 재방문이 아니라 하나의 ‘전 과정 피드백’이라는 점.
그래서 저희는 이런 순간을 작게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 고객이 왜 다시 왔는지, 그 이유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해당 건처럼 ‘짠맛이 덜했다’는 피드백은 다시 숙성 시뮬레이션 자료에 메모로 남깁니다. 당장 바꾸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복되면 기준이 되고, 기준은 곧 제품의 품격이 됩니다.
이렇게 한 걸음씩.
오늘도 ‘맛’ 하나로 연결되는 작지만 단단한 루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때 그 간장게장’으로 남고 싶거든요.
바른장인 박지성 드림.
